산책 상념
의식주를 위해 바동 대지 않아도 되고 자식들에게 이제는 해줄 일도 없는데
숙제를 하는 거 같이 다가오는 일정, 부지런히 여기저기 시간을 잡아보나
올해 설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연말이라.
아침에 공원으로 산책하러 간다. 푸르스름하게 나타나는 하늘
푸른 잔디와 머리 위 잎사귀 사이 바람이 찌뿌드드했던 나를
가슴을 펴고 심호흡하게 한다.
길옆 오래된 큰 나무가 아래 둥치가 부러졌다. 속이 시꺼멓게 썩었다.
늙어서 속이 저리됐어도 겉은 멀쩡하게, 잔 비바람을 못 견디고 자빠질 때까지,
사시절 푸른 잎을 달고 있었다.
나는 산책을 하면 생각이 더 잘 된다. 육체가 움직이니 두뇌도 활발해진다.
속이 망가져 무너진 나무를 보니 사람도 늙으면 저러겠지,
겉만 보고 속을 누가 알랴 노인의 건강은 내일을 장담하지 못한다.
내가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뭔가 회색 같은 잡념이 개이고
양팔을 흔들며 두 발로 대지를 걸을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 이 행복은? 하고 허리를 저치고 위를 보니
밖과 안에서 항상 숨을 통해 주는 한울의 덕이라.
우주와 이 세상의 진리는 무엇일까?
모든 생물은 생성되어 자기 생명을 보전하고 후대의 생명을 위해 모대다가 소멸한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 다른 생물과 함께 자연에 적응해 발전해 왔다.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는데 지나친 욕심으로 학대하니 기후 환경의 변화를 맞고 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 원시로부터 민주 시대까지 공동생활의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는데 정치와 경제의 평등이 아직도 미흡하다.
가장 캄캄한 곳이 북한이요 많은 사람이 노예로 죽어가는데
못 본 체하면 동포라 할 수도 없지. 미국은 빈부의 차이가 너무 커
부자들은 양심도 없는 사치, 서민들은 주거, 의료, 학자금 걱정,
이를 풀어줄 정치혁신이 필요하다.
번뇌에서 해탈해 도인이나 될까, 이성을 잃고 광신자나 될까,
그래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하는 일 없이 남이 만든 생필품이나 축내겠다.
죽으면 썩어질 몸인데 사지가 멀쩡할 때 열심히 일한다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영감의,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유명 철학자의 말보다 명료하다.
오늘을 성실히 살아 낙원을 즐기고 내일이 좋게 살아 희망을 품고
주위에 연민의 정을 갖고 능력껏 활동해야 가치 있는 인생이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발길이 가볍다.
2015,12월